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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이번 3주간의 여행동안 돌아다녔던 도시들을 정리해봐야겠다.

기간 : 8월 8일 ~ 8월 30일
비용 : 약 100만원
목적 :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하기
준비과정 : 6개월(비용 저축, 해야 할 일들 미리 끝내기)
방문도시 : 아래 지도 참고
만난 지인들 : 지선이, 경우형, 한나누나네 가족, 노래울 사람들, 우리가족, 지선이네 가족
 

여행 끝난지 4개월이 지나서 이렇게 기록을 남기려 하니
미뤄뒀던 일을 한다는 뿌듯함은 있지만
생생하게 기억이 다 날까 걱정이다.;;;
여튼 지도로 정리를 하니 뭔가 뿌듯하다. ㅎ


여행 3일차는 전주 찜질방에서 시작을 한다.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찜질방을 나오니 콩나물 국밥집이 바로 앞에 보였다.
이름이 '왱이집' 이었다.

왠지 낯이 익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1년전에 겨울 악기전수 받으러 가던 길에
훈중이랑 들려서 먹었던 기억이 났다.
이런 우연이...
마침 아침밥을 어디서 먹을까 고민했는데 망설임 없이 들어가서 콩나물 국밥 한그릇을 주문했다.
커다란 배낭을 들고 들어와서 인지 손님들이 묻는다.
"어디 가요?"
"아...방학이라 전라도쪽 배낭여행 하고 있어요."
"아이고,,, 이 더운 날에 뭘 그래 돌아다녀요? 젊음이 좋긴 좋네 허허허"
그러게나 말이다. 폭염 주의보 속에서 커다란 가방을 메고 다니는게 어떻게 보면 고생이지만,
나한테는 너무나 소중한 여행이다. 아~~ 아침부터 괜히 또 의욕이 샘솟는다.

콩나물 국밥은 담백하면서도 얼큰하고 푸짐해서 입맛에 쫙 달라붙는다.
국밥을 한숟가락 떠서 김에 싸 먹으면 정말 맛있다. 맛깔진 식감이 참 좋다.
정말이지 전라도 음식이 내 입맛에 꼭 맞는 것 같다.(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을지도...ㅎ)

배불리 먹고서 남원가는 버스를 탔다.
가는길에 임실을 거쳐서 가는데, 전수관 생각이 나서 괜히 친근한 느낌이었다.

남원,
버스에서 내리니 11시쯤 되었다.
일단 남원에 오긴 왔는데 어딜 가야할 지 몰라 일단 여행자 안내표를 받았다.
어느 도시를 가든, 여행자를 위한 책자들이 잘 마련되어 있었다.
책자를 건네주면서 아저씨가 한말씀 하신다.
"올해는 여행객이 너무 많아서 말이지.. 책자도 더 만들어야 겠네."
국내 여행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더니, 책자가 모자랄 정도구나...;;

여튼, 오늘도 폭염주의보란다.
어디를 갈까... 책자를 훑어보니, 걸어서 갈 만한곳은 광한루 밖에 없었다.
별 생각없이 남원에 가면 뭔가 많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대부분 자가용이 있어야 갈 수 있는듯 하다.

일단 광한루까지 20분 정도 걸었다.
광한루는 말 그대로 돈내고 보는 관광지였다.
내부가 잘 정리되어 있어서 편안하게 광한루와 춘향이를 감상할 수 있다. 
예쁜 자태의 춘향이다. 심지가 굵을 듯한 인상을 풍긴다.

팔불출 같아 보이는 이도령과, 새침한 춘향이.
이 그림 보고 한동안 계속 웃었다. 이도령이 춘향이를 너무너무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ㅎㅎ

같은 그림을 실사처럼 그렸다. 훈남 이도령, 예쁜 춘향이다.


광한루,
'호남제일루'라고 자신감 넘치는 필체로 현판을 달아놨다.
올라가보니 시원해서 좋았다. 옛날엔 양반들만 올라 올 수 있었겠지.ㅎ


오작교 였나...? 이름이 정확하게 생각나진 않지만,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다. 앞에서 한컷~

주말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춘향이 이도령 캐릭터들이다.
귀여워서 사진 한잔 찍었다.
"더우시죠?" 라고 말을 걸었더니
이도령이 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ㅋㅋ 

광한루를 한시간 가량 구경하니 배도 고프고 해서 
광한루 근처 시장 구경을 했다. 
마침 5일장이 열렸다고 한다.
수박이 3000원 이었던 게 인상적이었다. 
배가 너무 고파서 한덩이 사고 싶었지만, 먹고 남길 것 같아 포기했다.
누군가 같이 여행 했다면 사먹었을 텐데...;

혼자 여행할 때 힘든 점은 외로움 이라기 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먹기 애매하다는 것이다.
맛있다고 소문난 집에 가면 '2인 이상'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는 곳이 많았다.
수박도 마찬가지다. 혼자먹긴 많고, 먹고는 싶고... 애매하다.


광한루를 다 보고 나니, 막상 갈 만한 곳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남원은 나중에 지리산 길 갈 때 다시 들릴곳이었다.
방황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지도를 펴니 주변에 담양이 있었다.
담양, 죽제품의 고장. (사회 시간에 많이 나왔던 곳이라 기억이 났다.)
뭔가 있겠지... 란 생각만 가지고 버스를 타고 담양으로 갔다.

터미널에서 여행자 안내 책자를 받았다. 안내 책자가 굉장히 깔끔하게 편집되어 있었다.
오, 여긴 관광도시겠네... 란 느낌이 왔다.
물을 한통 사면서 슈퍼마켓 사장님께 갈만한 곳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대나무 박물관은 가지 말고, 죽녹원은 좋으니 가봐" 라고 하신다.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박물관이라니 한 번 가봐야 겠다.


다양한 죽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대나무 산업의 미래(대나무 차, 대나무 비누, 치약 등등이 있었던 것 같다.)에 대해서도 전시했는데,
사실 돈주고 보기에는 아까웠다.(에어컨이 시원해서, 에어컨 사용값이라고 생각했다.ㅎ)

대나무 박물관의 아쉬움을 달래려고, 
유명하다는 죽녹원으로 향했다. 걸어서 30분 정도.


가는 길에 대나무로 만든 솟대가 있었다. 좋은 아이디어 같다. 
옛날에 1공학관 앞에 솟대 세운다고 몰래 학교 소나무 베어서 만들었던 기억이 났다.
(난, 뭔가 감상하는게 키치 같다. 음악도, 그림도, 책도...나와 연관된 것을 떠올리나보다.)







죽순같이 생긴 것이 조명등이다. 
어두워지면 불이 들어온다.

독사진~~~

죽녹원은 '1박 2일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내부에 이런 정자도 있고, 한옥들도 있는데, 저녁엔 판소리 공연도 한단다.

죽녹원을 나오니 뉘엇뉘엇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굉장히 배가 고팠다.
뭘 먹을까.. 하다가 오늘 길에 봤던 국수골목이 생각나 거기로 갔다.
알고보니 소문난 골목이라고 한다. 싸고 맛있다고 소문난 국수...
원래 맛집을 찾아다니는 성격은 아니지만, 맛집에서 뭔가 맛난걸 먹는다고 생각하니
기대되었다.
여느 맛집 기행자들 처럼 한 컷 찍어봤다.ㅎㅎㅎ
약간의 쪽팔림(사진을 찍으려니 주변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본다.)은 있었지만, 뭐 어때? ㅎㅎ
국수맛은 '정말' 맛있지는 않았다.
그냥 비빔국수인데 기름 향이 좀 많이 나는 국수였다.
나 같이 돈없는 여행자들에겐, 싼 가격으로 배를 채울 수 있으니 훌륭하지만,
기대하고 멀리서 온 사람들은 약간 실망할 수도....


죽녹원 구경을 끝내니 해가 졌다.
내일 여행지를 물색하기 위해 게임방에서 잠깐 검색을 하고, 
내일은 광주에 가야겠다 생각했다.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박물관 근처 찜질방에 갔는데,
문신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
시설도 지저분하고 어두침침해서 굉장히 찝찝했다.
이번 여행중 가장 최악의 찜질방이었다.
고등학생들도 서로의 문신을 보며 농담따먹기를 하고 있었다.

뭔가... 같은 전라북도라도 전주사람들은 푸근하고 멋스러운데 반해
담양사람들은 거칠고 억쎄고 '멋'과는 거리가 먼듯한 느낌이었다.
아마 찜질방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드나보다.


여튼... 여행 3일차도 즐겁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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