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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경계하다

썩썩 2012. 10. 12. 02:06

스스로 경계하다



나이가 쉰이 되는 가을 구월 초하루에 자경잠(自儆箴)을 지어서, 아침저녁으로 보면서 스스로 힘쓰려 한다. 

가까운 듯 하다가도 멀어지고 얻은 듯 하다가도 잃어버리게 된다. 

멀어졌다가 이따금 가까워지기도 하고, 잃었다가 이따금 얻기도 한다. 

아득하여 어쩔 줄 모르는 듯도 하고, 빛나서 보이는 듯도 하다. 

빛나던 것이 어두워지기도 하고, 아득하던 것이 간혹 밝아지기도 한다. 

그만 두려 해도 차마 그럴 수 없고, 힘써 해보려 해도 부족하다. 

마땅히 스스로 책망하고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 

(거백옥은) 쉰 살에도 마흔 아홉 살까지의 잘못된 점을 알았고, 

(무공은) 아흔 살에도 억시를 지었으니 이것은 옛날에 스스로 힘쓰던 일이었다. 

오히려 한순간도 게을리 하지 아니 하였으니 힘쓰고 힘쓸지어다. 자포자기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더냐?


五十歲秋, 九月初吉, 作自儆箴, 朝夕觀之, 庶以自勉. 若近焉而遠之, 若得焉而失之. 遠矣而時近也, 失矣而時得也. 茫乎無所措也, 赫乎如有覿也. 赫乎或昧焉, 茫乎或灼焉, 將畫也不忍焉, 將疆也不足焉. 宜其自責而自忍焉. 五十而知非, 九十而作抑, 斯古之自力也. 尙不懈于一息, 勉之哉勉之哉. 自暴自棄, 是何物邪?


-이색(李穡, 1328∼1396), 「自儆箴」


 


[평설]


마흔 살만 넘어도 어른 대접을 받고 싶어 하고, 쉰 살이 넘으면 원로나 대가(大家) 대접을 받으려 한다. 

이미 아집과 편견으로 제 몸을 둘둘 말고서, 남들에 대한 교조적인 훈시로 일관한다. 

거기에는 자신에 대한 반성은 없고, 남들에 대한 평가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이색이 쉰 살에 지은 글이다. 

삶이 불투명하고 불가해(不可解) 하다는 느낌만이 가득하다. 

그만치 삶이란 목적지를 끝내 찾지 못하는 짧은 여행과도 같다. 

그러니 끊임없이 좌표를 수정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거백옥은 쉰 살에도 마흔 아홉 살까지의 잘못에 대해서 반성을 하였고, 

위 무공은 95세의 나이에도 시를 지어 자신을 몰아 세웠다. 

그러니 도중에 포기하지 말고 반성을 거듭해야 한다. 

그렇지만 자기반성과 자기검열이란 얼마나 어려운가. 그것이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출처: 한양대 박동욱 교수님 카페 '가만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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