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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시작 2주일. 
사실, 금연 일기란 걸 쓴다는 게 무색할 정도로, 금연이 힘들지 않다. 
딱히, 금연보조제나 금연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없고, 사흘에 한번 정도 사탕 한봉지를 사고, 평소보도 약간 더 군것질을 할 뿐이다. (살이 좀 찌긴 했는데, 금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고, 부쩍 늘어난 술자리와 지난 겨울부터 줄지 않는 식탐, 식욕 때문인듯.. 배가부른데도 잠자기 전에 뭔가 먹고 잔다. 병이다.)

방학도 끝나간다.
이번 방학은 방학같지 않았다.
계속 수업을 듣고, 공부하고 세미나하고, 청년회활동 하고... 가고 싶었던 해외여행, 해외 봉사활동은 시도도 하지 못했다. 해외봉사는 꼭 가고 싶었는데, 여러군데 지원했지만 모두 떨어져서 아쉽다.

우리과는 공부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다. 반도체, 안테나, 프로그래밍, 회로설계, 신호처리 등등으로 나눌수 있다. 그 중에서 내가 공부하고 있는 분야는 회로설계다. 이번 방학때는 아날로그 회로설계와 디지털 회로설계 각각의 분야의 대표적인 책 2권을 text book으로 두고 공부했다. 함께 졸업논문 준비하고 있는 미란이와, 같은 조는 아니지만 함께 세미나 하는 한욱이, 문조, 재명이, 그리고 최병덕 교수님 연구실 원생들과 함께, 열심히 토론하고 공부했다.

공부를 하면 할 수록, 내가 모르는게 더 많다는 것을 확인한다. 인류가 발전해 온 과정이,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라는 것을 확인한다. 예전에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공부인 것 같다. 아직은, 내공이 부족해서인지,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떤 회로를 봤을 때, "아, 이건 이러이러하게 조금만 고치면 더 좋은 성능이 나오겠는데?" 란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분석하는데 급급한 것이다. 뚫어지게 쳐다보고, 계산기를 두들기고, 전류의 방향, 전압의 변화만 머리속으로 그린다. 내공부족이다. 내공이 쌓여서 통찰력이 생겨야 할 텐데..
기본적으로 난 창의적인 사람이기 보다는 주어진 것을 따라가는 사람이다. 박경철씨가 강연에서 그랬다. "...'세상은 0.1%의 천재들의 아이디어와, 0.9%의, 천재들의 아이디어를 직접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 의해 발전한다. 나머지 99%의 사람은 변화하는 세상을 바라보면서 '아, 세상 참 좋아졌어'란 감탄사를 내뱉으며 유기물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라는 글을 어디선가 봤습니다." 물론 다른 관점도 중요하다. 민중이 역사발전의 주체임은 분명하다. 박경철씨의 말은 역사발전, 인류발전의 관점을 '기술발달'로 보고서 이런 말을 한 것이다. 공학은 기술을 발전시켜 사람들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기위한 학문이다. 학문이기 보다는 기술이다. 엔지니어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고, 실현시키는 사람들이다. 난 0.1%의 천재가 아님은 분명하다. 내가 0.1%의 천재였다면 지금 글을 쓰는 이 글도, 다른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나만의 언어로 쓰고 있을 거다. 어딜가든 '괴짜' 혹은 '미친놈'소리를 듣고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그런말을 하진 않는다.(다행인 것인가, 아니면 안타까운 것인가) 여튼, 그런 천재가 아니라면, 나는 천재의 기가막힌 아이디어를 누구보다 먼저 알아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0.9%의 사람 말이다. 그정도 안목이 생기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인터넷 초창기, World Wide Web의 미래를 알아차린 사람은 극소수였다. www를 말하는 사람들에게 유기물들은 '미친놈, 소설을 써라'라고 말했다. '집에서 쇼핑을 하고 은행일을 하고, 대화한다고? 웃긴놈이군!' 이런 식의 반응을 무릅쓰고도 0.9%들은 끝까지 w를 실현시켜나갔고, 결국 세상을 바뀌었다. 미래의 W는 뭐가 될 것인가? 10년후 한국에서의 W는 뭐가 될까. 내가 공부하는 회로설계분야에도 W가 있을까. 죽기전에 볼 수 있긴할까. 보기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면서 내공을 쌓아야 할까. 이런 고민이 들다가도 한편으로 내 머릿속의 한부분에서는 '그런 고민할 시간에 학점이나 올리겠다.' '일단 취직이나!' '토익이 몇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고생길이 훤한 대학원에 갈려는 거냐?' '엄마가 불쌍하지도 않냐?' '그래도 하고싶은 건 해야지. 자식이기는 부모없어' '언제 철들래' '철드는게 뭔데? 적당히 취직하고, 적당히 돈벌다가 결혼하고 자식낳고 적당히 인간관계 유지하고, 적당히 고생하고, 적당히 취미생활하는게 철든거?' '인간아...' '그래도 해놓을 건 다 해놓고 이런다.' '그래서 대학원 왜 가려는 건데?' '70부터 인생 시작일거야. 1,2년 늦게 사회진출 빨리하는게 중요한 게 아냐. 나를 먹여살릴, 직업을 가지려면 공부해야되. 70살되서도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되.' '그전에 돈 많이 벌어놓으면 되지.' '70살 이후엔 놀고 먹기만 하라고? 너나해. 난 70이후에도 일하면서 살거야. 좀 고단해도.' '그래서, 대학원 가면 그게 해결되니? 니 직장이 아닌 직업이 생겨?' '어느정도. 계속 노력해야되. 특히 내가 속한 분야는.' '박사까지 해야 되는거 아냐?' '석사하면서 생각해보려고' '내가 니같은 아들 뒀으면 참 답답하겠다.' '우리엄마도 그럴껄. 어쩔 수 없어. 부모님이 날 30년동안 키우셨으니 나도 30년 이상 모시고 살거고, 오래 모실려면, 지금 1,2년은 과감히 투자해야되. 돈드는 것도 아냐. 엄마는 시간만 투자하면되. 2년.'
3년후. 30살이 되어서 석사학위를 받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W가 좀 보일까. W를 보지 않고 살아도 살아갈 수 있지만, 꼭 한번 보고 싶다. 남이 가르쳐 줘서 뒤늦게 알아차리는 것이 아닌, 나의 통찰력으로, 나의 내공으로 나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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