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촐라체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박범신 (푸른숲,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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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문학의 위기'라는 말은 참 오래전부터 들었던 말인 것 같습니다. 문학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장르의 다양화를 시도한 것이 인터넷 연재소설 입니다. 이 책은 박범신 작가님이 네이버에 연재한 소설입니다. 새로운 시도를 했던 소설인 만큼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고, 무엇보다 '고산등정'이란 전문적인 분야를 많이 공부하고 썼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08. 07. 20

 한동안 책을 놓고 지냈습니다. 복학 후 두 학기동안 전공서적, 토익책에만 빠져 지내다가 문득 머리가 비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머릿속에 전자통신 이론들은 조금씩 쌓여갔지만 뭔가 공허한 듯한 느낌...


 그런 공허함을 느끼던 때에 잡지 속에서 어떤 사람의 인터뷰를 읽었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천하지 못한다고 하소연이다.나는 책을 통해서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을 읽는다. 누군가는 현실과 동떨어지는 게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이 굴러가는 원리는 책속에 있다는 것을 모르고서 하는 말이다.'


 책을 읽어야겠다 생각을 했고, TV책을 말하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추천 책을 몇가지 골랐고, 거기에 포함되어 있던 것이 '촐라체'라는, 박범신이란 유명한 작가가 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습니다.


 이 책은 네이버에 연재한 내용을 묶은 것이라고 합니다. 시대가 변한 만큼 문학도 독자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연재를 했고 많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고합니다. 그리고 문학계에도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정상을 정복하기 힘들다는 '촐라체'를 오르는 등산가 2명의 이야기입니다. 책은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드는 탄탄한 구성을 보여줍니다. 촐라체 북벽을 직접오르는 사람들의 심리, 배경, 그리고 등반과정을 보여주고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생생한 묘사들, 땀을 쥐게 만드는 사건들이 잘 만들어진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들은 뭔가를 아주 많이 그리워 하는 사람들입니다. 각자 그리워 하는 '사람'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잊기 위해, 혹은 그 사람이 준 상처를 잊기위해 산을 오릅니다.

 

 작가는 책을 통해서 메세지를 던져주려고 합니다. 책 속엔 작가가 결국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보여주는 글귀가 등장합니다.

 '환호는 조금도 없다. 정상에 오르면, 누가 말했던 것처럼 '정상은 모든 길이 시작되는 곳이고 모든 선이 모여드는 곳'이므로 엔돌핀이 분출하는 듯 기쁠 줄 알았는데, 기쁘기는 커녕 오히려 허망하고 슬픈 느낌이다. 정상엔 허공뿐이다. 겨우 이것을 보러, 목숨을 걸고 올라왔단 말인가...'
정상(일상 생활에서, 삶에서 얻고자 하는 성공)을 정복했지만, 공허함만 남는다는 내용입니다. 독자마다 느낌이 다르겠지만, 저는 이 글귀가 조금 불편했습니다. 무엇을 말하는지는 알겠지만, 너무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촐라체 등반을 하는 듯한 생생한 묘사는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다. 특히 '절대 고요함'을 표현한 부분이 이 책의 백미라고 생각합니다. 바람소리도, 사람의 소리도, 기계의 소리도,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산... 그런 산에 있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작가가 직접 촐라체 탐사를 갔다오고, 산악용어를 공부했기 때문에 등반 과정의 생생한 묘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생생한 묘사, 탄탄한 구성때문에 일반적으로 말하는 '고전'이라기 보다는 '잘 만들어진 미드' 혹은 '잘 만든 블록버스터 영화'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고전'느낌의 문학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약간 가볍게 느껴지실 책인데요, 고전이 아니면 또 어떻습니까? 활자문화가 발달한 미국사람들(성급한 일반화...)은 책 읽기를 TV시청, 영화감상 같이 여가생활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책 읽기를 여가로 여긴다면, 이 책 역시 훌륭한 '꺼리'임은 분명합니다.

 고전적인 연재 매체인 신문을 벗어나 인터넷 포털 싸이트라는 새로운 문학의 영역을 만든 작품이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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