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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륭한 소설을 끝까지 읽고서 책을 덮었을 때의 감동은 잔잔하면서도 강합니다. 그런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을 만나기란 사실 쉽지 않은데요, '천개의 찬란한 태양'이란 소설은 누구에게나 감동을 줄 수 있는 소설입니다. 아프가니스탄의 현대사를 소녀의 성장을 통해 아름답게, 가슴아프게 그려냈습니다. 100명의 외교관도 하지 못한 일을(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을 사람들에게 알려내는 일) 단 한명의 작가가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강.추. 입니다

'...이 책은 조만간 고전의 반열에 오를 것입니다.' 라는 박경철 님의 말에 주저없이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거의 한 달 정도를 기다려서 학교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었습니다. 손에 넣고서, 뿌듯한 미소가 얼굴에 번졌습니다.

 저는 분량이 많은 책을 한번에 다 읽기 힘들어합니다. 이해가 조금 느릴 뿐더러, 두시간이 넘어가면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책을 잡고서 끝까지, 한번에 읽어나간 몇 안되는 책 중 하나입니다. 책을 읽는 도중 흐름이 끊기는게 싫어서 화장실 가는 것도 참으면서 읽었습니다. 분량이 상당했음에도  '아직도 이렇게 많은 페이지가 남아있다니! 다행이야!'란 생각이 들정도였으니 더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정말 재밌습니다.

재밌다가도 가슴이 따끔따끔거리기도 하고, 눈가가 뜨거워지기도 하고... 단순히 '슬프다'는 단어로 설명하긴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등장인물의 개인적인 시련을 통해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아픔, 슬픔, 고통이 느껴지기 때문이죠.

작가는 아프가니스탄의 현대사를 이야기합니다. 그렇다고 '아리랑' '한강'같은 대하소설이 아닙니다. 단 한권의 책에 두 여성의 성장을 통해서 그려내고 있습니다. 역사소설이 아니라 성장소설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미리암은 첩의 딸입니다. 이야기는 그것으로 시작됩니다.
미리암이 자라고 버림받고, 결혼하고, 다시 버림받고, 자신의 남편이 첩을 두는 상황을 맞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낳은 아들을 위해 목숨을 던집니다. 각각의 상황들이 억지가 아닌 필연적이고 설득력이 있어서 가슴이 아픕니다. 각각의 상황속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정치, 사회, 문화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미리암의 삶을 통해 생소한 그 나라의 역사가, 문화가 눈 앞에 그려지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이민자 입니다. 그리고 의사입니다. 미국인이지만 그는 자신의 조국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국제기구에서 일을 합니다. 100명의 외교관이 못한 역할을 작가 한명이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의 역사, 사회, 문화를 알게되었습니다. 문학의 힘은 대단합니다.

작가가 미국인이라서 그런지지 책엔 미국이 아주 괜찮은 나라로 묘사가 되어있습니다.(식코에서 영국을 묘사한 것과 미슷한 느낌) 미국이 '구원자'처럼 표현이 되어있습니다. 궂이 그런 표현은 없었어도 좋았을 것을...하는 생각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미국과의 전쟁부분이 마지막에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 사회의 문제가, 혹은 주인공의 문제가 아주 원만하게 해결되어 나갑니다. 분명, 그 전쟁에서의 아픔도 있었을 것이라 예상되는데 '아프가니스탄 여성'에겐 별 큰 여파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책의 흐름에서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미국을 극히 싫어하는 사람에겐 분명 거슬리는 내용이겠지만.) 근대사를 다뤘지만 이데올로기, 종교, 관습 등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저 사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힘든 역사를 가진 조국에 대한 사랑을 감추지 않습니다.

책을 덮고 커져가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사실, 책을 읽고서 이런 감동을 느낀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어떤 책을 '고전이냐 아니냐'로 나누는 기준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은 곧 고전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읽지 못하신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기억에 남는 한문장 
'그리고 여성의 우정에 대해 생각해 보았고 여성, 특히 어머니는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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