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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기사는 http://nadia1212.egloos.com/6968381 에서 발춰한 내용 입니다.


 교환학생과 교비유학의 차이는 무엇일까. 굳이 설명하면 정해진 대학과 자신이 선택한 대학으로 어학연수를 떠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국제협력실이 주관하는 다양한 국제화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유학 과정인 교환학생과 교비유학. 아쉽게도 지금은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해외 연수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고자 취한 조치다. 그런데 교환학생과 교비유학을 모두 다녀온 학생이 있다. 그것도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으면서 말이다. 지금은 영어 교육계에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이현석(영어교육 00년 졸) 동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국제회의 동시통역사면서 EBS FM 라디오 영어회화 프로그램 ‘귀가 트이는 영어(귀트영)’ 진행자로 바쁘게 활동하는 이 동문을 만나봤다.
“동시통역사, 언어와 문화가 다른 두 집단 연결하는 중재자”
동시통역사. 정상회담을 비롯한 국제회의에서 각 나라 관료들 사이에서 펜과 종이를 들고 앉아 무언가 부지런히 적어가며 끊임없이 말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혹은 회의장 뒤쪽 유리부스 안에 들어가 회의 참석자들이 착용하고 있는 헤드폰에 통역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이들 역시 동시통역사다. 지난 5년 간 국제회의에서 여러 차례 동시통역을 경험한 이 동문은 동시통역사라는 직업을 ‘언어와 문화가 다른 두 집단 사람들의 가교 역할’을 해준다고 정의했다.
“한 마디로 중재자입니다. 서로 다른 집단이 같은 생각을 할 수 있게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죠. 지금까지 여러 차례 국제회의에서 동시통역을 진행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몇 해 전, 제주도에서 각 나라 환경부 장관들이 참석한 회의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40개국 환경 장관들이 모여 환경 보호에 대한 서로의 경험적 지식(Know-How)을 공유했습니다. 우리나라 환경보존에 대한 경험을 외국 장관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아주 특별해 보이는 동시통역사들 역시 평범한 사람이다. 극도의 긴장을 유지해야 하는 국제회의 현장. 짧게는 4시간에서 길게는 7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국제회의에서 동시통역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동시통역사도 실수를 할까 궁금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단어 하나하나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회의석상에서 실수 없이 진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실수는 누구나 합니다. 다만, 그 실수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의미상 큰 차이가 없는 사소한 실수를 할 수 있지만 뜻 자체가 크게 달라지는 실수는 용납이 안 됩니다. 가령, 북한 핵시설 폐기와 관련해서 동결(freezing), 폐쇄(Shut down), 폐기(dismantlement), 불능화(disablement)와 같은 용어가 나오는데 비슷해 보여도 의미상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단어는 실수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과부하’를 피하는 15분의 마술
이 같은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순간적인 판단력과 정확한 뉘앙스 전달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흔히 극장에서 외국 영화를 볼 때 자막이 나온다. 간혹 자막 없이도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가 나왔을 때 문득 ‘이 문장이 이런 뜻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이는 직역(直譯)과 의역(意譯)의 차이 때문이다. 그만큼 번역에서 뉘앙스를 전달하는 것은 어려우면서 중요하다. 자막을 만드는 것 역시 전문가의 영역이지만 사후 수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동시통역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동시통역의 경우 한 번 지나가면 다시 고치거나 반복할 수 없기 때문에 순간 판단력이 매우 중요하다.

“국제회의에서 발표하는 연사들마다 언어 습관이 독특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뉘앙스를 전달하는 부분이 힘듭니다. 보통 회의가 6시간 진행되면 2명이 한 팀을 이뤄 동시통역을 제공하게 되는데, 한 사람이 15분 이상 동시통역을 하기 어렵습니다. 동시통역을 하기까지 영어(한국어)로 듣고, 그것을 이해한 후에 번역해서 한국어(영어)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이 20분 이상 진행되면 뇌에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이죠.(웃음) 그래서 보통 15분마다 서로 번갈아가며 통역을 제공합니다. 그렇다고 나머지 20분 동안 편히 쉴 수도 없습니다. 통역 중 동료 통역사에게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즉시 대체 투입돼서 통역을 해야 하고, 숫자 계산 등 각종 데이터 자료를 옆에서 받아 적어 알려주는 등 절실한 협력이 필요합니다.”

영어공부 한계 도전하고 싶어 통·번역 대학원 진학
수많은 국제회의에서 동시통역을 할 수 있는 이 동문의 영어 실력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초등학교 시절 4년을 홍콩에서 보냈다는 그 역시 나름 ‘조기유학’을 다녀온 셈이다. 또한 본교 영어교육과에 재학 중이던 지난 97년에는 미국 테네시 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하는 그는 외로움 자체를 즐기며 가급적 미국인 친구들과만 어울리려고 애썼다. 이 동문은 대학 졸업 후 교사가 될 수 있었지만, 영어 공부의 한계를 느껴보고자 세계 3대 통번역 대학원 가운데 한 곳인 몬트레이 통번역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곳에서 석사 학위를 마치면서 한·영 동시통역사 자격을 얻게 됐다.

“조기 해외 어학연수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여건이 허락되면 가족 모두가 함께 떠나길 권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적응도 빠릅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어학실력을 늘리는 것보다 다른 부분에서 잃는 가치가 더 큽니다. 목표를 상실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게 될 수 있고, 정체성을 상실하게 될 위험도 있기 마련입니다. 제 경우, 대학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교환학생으로 미국을 다녀왔는데 오랜 기간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다는 사실이 힘들었습니다. 그곳에서 1년간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많이 했어요. 제가 있던 시골 마을에는 한국인이 드물어 1년 내내 영어만 썼습니다. 반면, 진정으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가 없다는 사실이 외로웠습니다. 그렇게 교환학생을 다녀오고 나서 ‘영어 공부를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한계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결국 교사 대신 동시통역사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어디서든 모르는 표현 나오면 기록하는 습관 가져야”
대한민국에서 영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입 논술 지문에서부터 수시 면접에 이르기까지 영어로 시작한 대학생활을 마치고 나면 취직을 위해 또 한 번 영어와 씨름해야 한다. 토익 등의 공인영어시험 성적표를 포함해 영어 자기소개, 입사자 간 영어 토론이 기다리고 있기 마련이다. 영어교육과 졸업 후, 동시통역사를 거쳐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는 이 동문은 영어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부지런해질 것을 주문했다.

“교환학생제도를 비롯해 각종 국제화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해외 어학연수는 가급적 6개월에서 1년 사이의 짧지만 계획성 있는 단기 과정을 권합니다. 우선, 외국에 나가게 되면 TV와 영화를 끼고 살아야 합니다. CNN, ABC, NBC 등 다양한 매체의 뉴스를 매일 1시간 정도 시청하고, 나머지 2시간 정도는 인기 드라마를 보면 좋습니다. TV 시청 자체가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가장 좋은 길이기 때문이죠. 더 여유가 있다면 하루 한 편씩 영화를 봐야 합니다. 물론 자막을 켜고 말이죠. 이때, 작은 수첩을 가지고 모르는 단어나 재밌는 표현이 나올 때마다 화면을 정지시켜 가면서 보면 큰 도움이 됩니다. 영화 시청에서 뿐만 아니라 어디서든지 모르는 단어나 표현이 나오면 적고 찾아보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 큰 학습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항상 학생이라고 느끼는 교육자가 좋은 교육자’
이 동문은 평일의 경우 하루 수면시간이 4시간에 불과하다. EBS 라디오 강의를 비롯해 통번역 강의와 각종 어학원의 토익·토플 강의 준비로 바쁘기 때문이다. 평소 밤 10시에 퇴근해 12시에 잠든다는 그는 4시에 일어나 일상을 시작한다. 통번역 강의의 경우 매일매일 벌어지는 사건을 주제로 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타임지, 이코노미스트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최신 뉴스를 번역·정리해서 강의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한 달에 한 두 차례 밖에 외식을 못할 정도로 가족 얼굴 보기도 힘들단다. 하지만 외부활동을 열심히 할 수 있게 적극 후원해주는 아내 덕에 항상 행복하다며 ‘무한애정’을 과시했다. 그는 짧은 시간이지만 퇴근 후 아내와 함께 마시는 맥주 한 잔에서 큰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가 항상 되새기는 말이 있습니다. ‘A true teacher is one that realizes that he(she) is a lifelong student.’ 세상에서 가장 좋은 교육자는 자신이 항상 학생이라고 느끼는 교육자라는 뜻인데요, 항상 배우는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통번역 강의의 경우 수업 전날 일어난 주요 사건을 가지고 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단어나 표현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제 경우 요즘도 하루 3시간 넘게 개인 영어공부를 위해 투자하고 있습니다. 다른 학문도 마찬가지겠지만 영어 공부 역시 끝이 없습니다. 언어는 변하기 때문이죠. 한국적인 것을 영어로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합니다. 가령, ‘포장마차’ 같은 단어는 영어로 어떻게 말할까 찾아보고 공부하는 식이죠.”

“하루 30분은 남들과 다른 일에 투자하는 습관 길러야”
젊은 세대에 속하는 이 동문 역시 90년대 후반을 대학에서 보낸 평범한 선배였다. 대학시절 즐거웠던 일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입학 후 아무것도 모른 체 겪었던 ‘새내기 새로 배움터(새터)’를 떠올렸다. 단과대학 별로 게임을 하며 경쟁하면서 자연스럽게 애교심이 싹텄다는 것. 그밖에 이 동문은 MT를 포함, 당구, 스타크래프트(스타) 게임을 즐겼다고 한다. 당구는 수준급 실력에 스타크래프트 게임도 1000승 넘게 기록했을 정도니 그의 스타 사랑이 어느 정도였는지 충분히 짐작된다.

“새터로 시작한 MT는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납니다. 술 마시고, 게임한 기억이 전부지만 새로운 친구들을 알게 되는 기쁨이 가장 컸습니다. 지금까지 취미생활을 제대로 해보지 못했는데 다시 대학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악기와 태권도를 배워보고 싶어요. 피아노는 악기의 기본이니까 배우고, 색소폰을 배워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엄두가 안 납니다. 외국에 나가보니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떠올리는 이미지가 ‘태권도’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3단 정도 단증을 획득하고 외국 친구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면 그들과 훨씬 빠르게 친해질 수 있습니다.”

이 동문은 끝으로 후배들에게 시간을 아껴 쓰고 하루 30분은 남들과 다른 일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취업에 대한 압박을 느낄 수 있지만 대학 시절에는 취미 생활을 하나라도 더 해야 한다는 것. 가령 마술만 잘해도 취직한 후 각종 회사 행사에 초청돼 두각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 진출 후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수동적인 대학 생활을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이와 더불어 평소 신문 2개 정도는 구독하는 습관을 가지면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신문, 잡지와 친해져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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