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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을 뜨겁게 달궜던, 그리고 2009년에도 여전히 유효한 "88만원 세대"라는 책을 소개합니다. 이 책을 통해서 '88만원 세대'라는 용어가 사회에서 통용되기 시작했고, 많은 이슈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청년실업의 문제점을 단순히 '청년'들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사회 전체의 문제로 풀어내었습니다. 청년 실업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이라도 지금의 한국사회를 이해하시기 위해 꼭 읽어보라고 권해드립니다.

다들 기억하시죠? 이명박 대통령님이 12월에 라디오 연설을 통해 청년들에게 일갈했던 사건이요. 그렇습니다. 히터, 에어컨 빵빵한 좋은 직장에서만 일하려고 하지말고 중소기업, 산업현장 등 안좋은 직장에서 비정규직직장에서도 일 할 생각을 하라고 하셨지요. 청년들의 패기부족을 지적하셨지요. 지금의 청년실업문제가 마치 '게으른 20대'만의 잘못인 양, 충고라는 좋은 포장을 하고 일갈하셨습니다.

지금의 20대가 예전의 20대들 보다 게을러서 청년실업문제가 생긴 것인가요? 아니면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건가요?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어서 여기까지 왔을까요?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책이 바로 우석훈 님의 '88만원 세대'입니다.

우석훈이라는 경제학자가 한국의 20대들에게 88만원 세대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20대의 95%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 아래 비정규직 평균인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한 수치가 88만원이기 때문에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관련 동영상]

88만원 세대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승자 독식 게임
- 세대 간 경쟁, 세대 간 착취
- 인질 경제
- 희망

IMF 이전에 사회에 진출한 세대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사회에 진출하였습니다. '선동렬 방어율'에 버금가는 가공할만한 낮은 학점으로도 원만하게 취직을 했고, 대한민국 정치,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 걸쳐 자신들의 목소리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반면에 지금의 20대는 유래없는 치열한 세대 간 경쟁을 겪으며 취직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단군이래 최고 스펙' '스펙 5종세트' 등등 신조어들을 만들어 내는 이 88만원 세대는, 대한민국 어느 세대들보다 취직준비를 많이 하고 노력하는 세대들입니다. 하지만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란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습니다.(지금 각종 기업에서 자리잡으신 30,40대 분들께 '지금 대학생의 신분으로 다시 취업해야 한다면, 이 기업에 들어올 자신 있으십니까?'라고 여쭤보면 답은 나오리라 생각됩니다.)

소설 '퀴즈쇼'엔 지금의 20대를 너무나 잘 표현한 문장이 나옵니다.
"모두 대학을 나왔고 토익점수는 세계최고인데 왜 우리는 다 놀고있는 거야?"
토익900점, 4점대의 학점, 해외 어학연수, 각종 봉사활동 경력, 인턴쉽 경력이 이른바 스펙 5종세트 인데요, 이런 훌륭한 스펙을 가지고도 취업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들이 게으른가요? 이들이 노력을 하지 않은건가요?

안정적인 5%의 정규직 자리를 두고 치열한 세대 내 경쟁을 합니다. 한정되어 있는 '좋은 일자리' (예를 들면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를 차지하기 위해 '유사이래 최고의 스펙'을 채워가면서 취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승자 독식 게임의 속성 때문에,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은 5%의 극소수일 뿐이고 나머지 95%는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합니다.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20대들이 요구하는 직장은 '삼성전자' 'SK Telecom' '한국은행' 등 최고 일류기업이 아닙니다. 어느정도의 경제생활이 가능하고, 구조조정의 스트레스를 덜 받고,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받을수 있는 직장이 있다면, 고생할 각오가 되어있는 이들입니다.)

가장 좋은 해결방안은 5%의 좋은 직장을 10% 20% 로 계속 늘려나가는 것입니다. 파이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말합니다. 대기업이 성장을 하면 일자리는 자연히 늘어나고 우리나라 경제도 살아날 것이며, 지금의 어려움을 해소될 것이라구요.
논리가 부족한 저로써는 위의 가정이 타당한지 알 수 없어서 '공업 경제학'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교수님 曰,
"747정책 믿는 사람이 어딨냐?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경제 구조상 7%성장은 될 수도 없고 되서도 안된다. 개도국을 벗어난 지금, 4~5%경제성장률도 높은 것이다. 기업 프렌들리 정책이 대기업에만 한정되어 있고 중소기업은 고려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데, 지금의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살아나야 한다. 대기업은 더이상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고, 더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중소기업이 살아나야 한다." 
중소기업이 괜찮은 직장으로 성장한다면 이런 논란도 끝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정부의 정책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라 예상됩니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문제는 '그리 좋지 않은 직장'을 가지게 되는 95%의 사람들입니다. 대부분이 비정규직 직장을 가지게 되는 이들은 평균 임금 88만원을 받으면서 생활하게 되는데, 88만원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것 자체가 일반 생활인으로는 버거운 일이고, 더욱 암울한 것은 임금인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한 자기계발에 투자할 여력 또한 부족합니다. 쳇바퀴와 같은 인생을 살게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88만원 세대들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전 세대들과 세대 간 경쟁을 하게 되고, 불리한 입장의 이들은 인질 경제의 대상이 되어 세대 간 착취를 당하게 됩니다.(하루 12시간 노동의 댓가로 88만원을 받는 것이 착취가 아니라고 반박한다면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책에서는 말합니다. 지금의 기성세대 -유신세대, 386세대-들은 20대를 싫어한다구요. 유신세대 및 그 전 세대는 '너희가 고생을 아느냐?'라면서 게으르고 교양도 없으며 버릇도 없는 20대라고 생각하고 있다는군요. 386세대는 '너희가 민주주의를 아느냐?' 라면서 학생운동을 계승하지 않는 20대를 질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서)을 20대와 나누려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해결 방안이 무었이냐...

일단 20대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이슈화 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합니다. 사회적인 이슈화 없이, 자기 권력을 지키기 바쁜 386, 유신세대들을 움직일 수는 없다는 것이죠. 작지만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행동을 계속 해 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사실 이 부분은 88만원 세대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게 사실입니다. 많은 사회단체에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참여부족을 호소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 스스로도 참여해야겠단 생각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네요..) 차라리 그 시간에 토익점수, 학점을 더 올리는데 주력하겠다는 것이 당사자들의 솔직한 생각입니다. 또한, 무조건적인(논리적 생각없이) 운동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다수인 것도 사실입니다.(등록금 인하를 위한 총학생회의 투쟁에도 반감을 가진 학생들이 있다는 것에도 놀라웠습니다. '대학 발전을 위해서라면 비싼 등록금도 감내하겠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지금의 기성세대들은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합니다. 언젠가는 은퇴를 해야하는 기성세대은 자식들의 부양이 필요한데, 88만원으로 부양이 가능할까요? 단순한 20대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동안 곪아왔던 대한민국 사회의 문제점들이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아버지, 비정규직 20대 아들, 딸로 구성된 가정의 삶을 생각하면 아찔하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깊습니다.

88만원 세대라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인의 경제관 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합니다.
경제적 약자를 고려하는 사회적 동의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더 적게 소비하는 생태적 삶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20대의 고통을 분담하는 기성세대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합니다.(볼보社에서 보여준 '일자리 나누기'란 형식을 제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모 기업에서도 이 제도를 시행했다고 합니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에서는, 이런 사회가 되었을 때 비로소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경제구조는 20대를 비롯한 800만 비정규직의 삶을 쥐어짜면서 4%성장률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요즘 배우고 있는 경제학에서는 노동유연성을 좋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노동유연성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은 '재취업'이 쉬운 구조가 형성되어 있을 때의 이야기 입니다. 원활한 재취업을 위한 사회적 안정장치의 마련없이 이론적인 노동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입니다.

주류 경제학에서 제시하는 방향은 '피도 눈물도 없는 경제구조'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에 대한 text book 한 권도 읽지 않은 제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만, 경제학이 왜 생겨났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경제학이 왜 필요한 것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결국 사람사는 세상을 좀 더 살기좋게, 잘 살기 위한 것을 고민하는 것이 경제학 아닐까요? 

'인간의 얼굴을 띈 경제'가 우리나라에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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