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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가볍게, 함부러하는 요즘.
말을 지혜롭게 잘 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발견하기가 참 어렵다.

나 스스로도 예전과는 다르게
날 선 말을 잘 밷는 요즘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 거겠지)

시대가 변한건지, 내가 덜 변한건지, 아니면 예전의 내가 착각한건지,
사람들이 너무 솔직하다.
솔직한 반면 정작 하고 싶은 말은 하지 않는다.
적당히 추측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고 적당히 떠보는 말만 들린다.
그런 말을 들으면 하루종일 맘이 편치않다.

신문을 보다가 박경림님의 글을 읽었다.
스크랩해서 자식들에게 보여주고픈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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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되게 못생긴 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까 생각보다 괜찮네요.”

얼마 전 행사에 갔을 때 행사 관계자가 나에게 한 얘기다. 물론 그분과 나는 초면이었다.

분명 그분 말씀은 반가움의 표현이었을 것이며, 칭찬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분의 말 속에는 `방송에서 봤을 때는 못생긴 줄 알았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말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말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사람들을 많이 관찰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말을 잘하는 사람은 대체적으로 상대방 입장에서 말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얼마 전 딸이 외국어고에 합격한 어머니에게 사람들이 축하 인사를 건넨 적이 있었다. 모두들 좋겠다며 한턱 내라고 할 때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딸이 외고에 합격하기까지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동안 고생하셨을 텐데, 제가 밥 한 끼 살게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아, 말이란 이렇게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사람들은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쿨한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상대방의 옷이 안 어울리면 안 어울린다, 차려준 음식이 맛이 없으면 맛이 없다, 너무도 솔직하다. 물론 때에 따라서 솔직한 말도 분명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같은 말이라도 조금 돌려서 말해 보면 어떨까? "어머 되게 못생긴 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까 생각보다 괜찮네요"라는 말을 "실물이 훨씬 보기 좋네요"라고 했다면 나는 훨씬 기분 좋았을 테니까.

나는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을 좋아한다.

말 한마디로 상대방의 기분을 종일 좋게 할 수도 있고,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낀다.

기왕이면 상대방이 기분좋게 말하는게 서로를 위해서도 좋은일 아니겠는가.

말하는 직업을 가진 나는, 이렇게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말로 갚는 천 냥 빚의 위력을 배운다.

[박경림(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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