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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두세번 학교 중앙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간다.
다른사람들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 때마다 항상 욕심이 생긴다. 
'아... 이 책도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은데?'
'어라? 이 책은 추천 도서네?'
'우와~ 이런 책도 있어?'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면서 내 손엔 어느덧 4~5권의 책이 들려있다. 분명히 다 읽지 못할 것을 알지만, 손에 잡히는 묵직한 느낌이 좋다.

이 책도 사실 나의 과욕 때문에 내손에 끌려온 책이다. 장회익이란 분이 누군지, 이 책이 무슨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어떠한 정보도 없이 제목에 이끌려 덥썩 집어 왔다.

얼마나 공부를 많이 했길래 공부도둑이라는 제목을 달았을까? 란 의문을 시작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혹시나 편견이 생길까봐 저자 프로필은 건너뛰고서 처음부터 쭉 훑으면서 지나갔다. 어줍짢은 공부방법서라면 그냥 내일 반납할 심산이었다.

왠걸?
공부방법을 소개했겠거니란 나의 예상은 빗나가고 자기 조상이야기 부터 써내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잔잔한 문장 속에 꼼꼼하고 차분하고 철저한 사람이란게 느껴졌다. 1장을 읽고서 반납하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책을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갔다.

이 책은 저자인 장회익 교수의 자서전과 같은 이야기다. 자신의 출생에서부터 어떤 과정으로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을 하고 그 이후 미국으로 가서 공부를 하고 다시 모교에서 어떤 공부를 가르치고.. 하지만 뒤로 가면 저자가 생각하는 공부의 참뜻을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1938년 생. 시골의 그리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그는 본인을 야생에서 공부에 길들여진 사람이라고 일컫는다. 그로 인해 남들이 가지지 못했던 장점들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것은 일반적인 길을 통해 공부를 했던 사람과는 학문을 함에 있어 사유의 방식이 달랐고 폭 넓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며 이는 결국 자신의 학문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장회익이란 분이 어떻게 보면 귀엽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책 곳곳에 자기와 아인슈타인의 공통점을 계속해서 보여주었다. 그리고 자기가 얼마나 공부를 잘 했는지 '밉지않게' 자랑을 해 놓았다. 밉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밉상스럽게 '내가 이렇게 잘났소'라고 적었다면 당장 책을 덮었을테니 말이다.

평소 내가 고민하던 것을 짚어줘서 책을 놓지 않았다. 

'학문은 필생의 과제이지 결코 단기적으로 무리한 힘을 동원해 이루어낼 일이 아니다. 
학문이 곧 삶이 되어야하는데, 삶 자체를 항상 싸움으로만 생각하고서야 어떻게 원만한 삶이 이루어지겠는가?' -page 276-

내가 전공하는 전자공학이 학문인지, 기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엇인가를 꾸준히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위의 한 문장을 건진 것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 책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저자와 대화하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일상생활에서는 결코 대담할 수 없겠지만 책을 통해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의 독서법이 이제서야 진보한 것인지, 아니면 이 책이 훌륭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런 맛에 책을 읽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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