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네이버 뉴스에 실린, 민훈기 기자님의 글입니다.]
네이버 뉴스를 보다가, 박찬호를 인터뷰한 기사가 인상적이어서 스크랩을 한다.
누구나 나이를 먹지만
훌륭하게 나이를 먹는, 존경 할만한, 성숙한 '어른'은 드문 요즘이다.
기사를 통해, 존경할만한 어른을 찾은 것 같아 기쁘다.
------------기사전문-----------
박찬호-야구는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미국 야구를 대표하는 팀 뉴욕 양키스로 옮긴 박찬호(38)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습니다. 비자 때문에 등판이 조금 늦춰지기는 했지만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AL 동부조 라이벌인 탬파베이의 중심 타자를 상대로 깔끔한
삼자 범퇴를 기록하며 실력발휘를 했습니다.
플로리다 주 탬파의 양키스 캠프에서 만난 조 지라다 감독이나 캐시맨 단장은 박찬호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였습니다. 박찬호가 막판에 커브스를 제치고 양키스를 선택한 것에 대해 복이 굴러들어왔다는 분위기였습니다.
첫 등판을 하기 전에
시즌을 준비하는 박찬호를 탬파에서 만났습니다. 미국 데뷔 때부터 이어진 오랜 인연,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끝없이 진화하는 야구 선수
박찬호의 이야기입니다.
-공을 보니 아직도 씽씽하다. 아직도 오래 운동할 수 있겠다.
▶운동은 평생 할 수 있죠.(웃음) 근데
야구는 마음만 먹는다고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한 해, 한 해 갈수록 많이 달라지네요, 몸이.
-최근 몇 년간 계속 매 겨울마다 새 팀을 찾는데 그게 상당히 부담스웠을텐데.
▶이제는 한 팀에 오래
있을 수 없어요,. 어차피 오늘 내일, 오늘 내일 하는 선수잖아요. (웃음) 이젠 항상 올해가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하는 거죠. 어떤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해보라고, 얼마나 축복스러운지. 그 마지막이라는 것에서 사람이 엄청난 에너지를 쏟는 것 같아요. 2년
전 다저스에 복귀했을 때 다른 변화도 있었지만 그게 제일 컸던 것 같습니다.
-이번 겨울에 장기 계약은 기회가 없었나.
▶필리스가 2년 계약을 하자고 했는데 2년째 구단 옵션을
하자는 거예요. 차라리 그러려면 1년 계약을 더 크게 하자 그랬더니 그건 안 한다는 거예요. 그러면 올해도 덜 주고, 내년에는 잘 해도, 못
해도 안 줄 수도 있고. 제가 필라델피아에 있고 싶다는 것을 자꾸 이용하려고 그러더라고요. 당시에는 양키스나 보스턴도 계속 연락이 오고 하니까
그렇다면 그런 팀에서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커브스 쪽에 끌렸다가 막판에 양키스를 선택했다.
▶커브스가 양키스보다는 조건이 더 좋았어요.
유격수(테리옷) 조정 신청 때문에 기다려 달라고 해서 기다렸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시장이 나빠지니까 또 조건을 좀 깎았어요. 그래도 양키스의
조건보다는 좋았죠, 선발도 가능하다고 했고요.
-그런데 왜?
▶작년과는 많이 상황이 달랐어요. 작년에는 국가 대표도 안 가고 선발 준비를 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어요. 고민 끝에 양키스 캐시맨 단장에게 연락을 했죠. 이 정도 선이라면 양키스에서 뛸 의사가 있다고. 그래서 막판에
전격적으로 양키스 입단이 이루어졌습니다. (연봉 액수 때문에 주저하던 캐시맨 단장은 박찬호가 먼저 연락을 취하자 크게 기뻐하며 급하게 입단을
추진했음을 처음 밝혔습니다.)
-양키스 와 보니까 어떤가? 다른 강팀에서도 뛰어 봤는데 다른 게 있는지.
▶모든 사람들이, 다른 팀
선수들이 양키스는 강한 팀이라고 그러잖아요. 우승할 수 있는 팀이라고, 그러나 진리를 그거에요, 아무리 강한 팀이라도 노력 없이는 우승할 수
없다는 거죠.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못 갖는 거죠, 노력이 없으면.
작년에 양키스가 좋은 팀이라서 우승한 것이 아니라 우승할 수 있는
엄청난 노력을 했기 때문에 우승한 것입니다. 가능성은 더 많다고 남들이 볼 수 있지만 좋은 팀이라 우승한 것이 아니라 우승했으니까 좋은 팀인
거죠.
-그러나 다른 팀도 노력을 다 한다.
▶누가 더 간절하냐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간절한 마음으로
그만큼 더 노력을 하는 거죠. 여기 와보니까 작년에 몇 년 만에 (월드시리즈)우승한 것이 잘하는 팀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꼈죠.
알렉스 로드리게스나 데릭 지터도 그냥 알렉스나 지터가 아니에요. 아침 7시부터 나와서 운동을 해요, 어린 애들은 더 먼저 나오는 선수들도
있어요. 그렇게 부지런하고 철저한 자기 관리가 있어요.
지라디 감독은 박찬호의 영입이 양키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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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나 필리스도 전통의 팀인데.
▶작년에 필라델피아
갔을 때도 그걸 많이 느꼈어요. 다저스에 1년 있다가 필리스로 가니까 많이 틀리더라고요. 체이스 어틀리 같은 경우는 밤 경기에도 낮 12시에는
운동장에 와요. 낮 1시 경기면 아침 8시에 와요. 그리고 그날 상대 투수 비디오를 계속 봐요. 그리고 가서 방망이 치고 또 와서 투수가 어떤
식으로 던지는지 보고 또 방망이 치고. 그리고 게임에 들어가는데 못 칠 수가 있나요. 확률이 훨씬 좋죠. 매일 그렇게 준비를 하더라고요. 팀
훈련 이전에 이미 다 끝내는 거죠. 투수들도 마찬가지고요. 스트레칭이 3시다 그러면 전부 2,3시간 전에는 와서 개인 훈련 다 끝내놓고
기다리죠. 그러니까 필리스도 월드시리즈까지 갔다고 봐요.
그런데 다저스에서는 3시에 팀 훈련이 있으면 거의 대부분 1,2시가 돼야
와요.
-요즘의 팀 분위기가 그렇게 다른 줄은 몰랐다.
▶그게 보고 배울 베테랑들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다저스에)야구 잘하는 베테랑들은 있었는지 몰라도 젊은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베테랑이 없었던 것 같아요. 좋은 베테랑이 뭐냐 하면 잘못됐을 때
잘못됐다고 말을 해줘야 하거든요.
다저스 있을 때 맷 캠프가 웨이트하러 왔는데 슬리퍼를 신고 왔어요. 트레이닝 코치가 발 다친다고
운동화를 신고 오라고 했더니 욕을 하면서 그냥 하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운동할 때는 모두가 너를 존중하지만 여기는 트레이너가 대장이다.
그러니까 말을 들어라. 그래야 캠프다운 것 아니냐.’ 그랬더니 가서 신고 오더라고요.
만약 제프 켄트가 그랬더라면 아마 싸웠을 거예요.
(웃음)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거든요. 그게 뭐냐 하면 나는 항상 실수 안 하려고 하고, 성실하게 하려고 하거든요. 나중에 트레이너가 와서
고맙다고 하길래 ‘그게 옳은 것이라고 생각해서 한 거다’라고 했죠. 물론 거기서 이야기 안 해도 되죠, 그렇지만 가만히 있으면 팀에는
마이너스죠. 내 이미지만 관리하려면 그냥 있으면 되지만요.
선수들은 어떻게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지 다 알아요. 근데 귀찮은 거죠.
귀찮은 게 자꾸 습관화되는 게 문제죠. 그걸 잡아주는 것은 코치가 아니라 노장이거든요.
-팀 분위기를 잡기 위해 팀에서도 많은 노력을 할 텐데.
▶어제도 미팅을 하는데 이라크전의 특수
부대 요원 장교들이 와서 팀워크에 대해서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강의를 했어요. 예를 들어 30명의 팀원이 있는데 전사자가 생기면 새 요원이
들어오죠. 물론 최고의 요원이 오지만 경험도 없고 어리고 실수도 하죠. 그러면 고참들이 직접 보여주고 솔선수범 하면서 알려주는 겁니다. 그렇게
팀워크를 쌓아가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 겁니다. 서로 개인플레이를 하면 아무리 좋은 선수가 많아도 소용이 없는 거죠,
작년 필리스에서는
스캇 에어와 라이언 매드슨, 그리고 저랑 셋이서 분위기를 이끌었거든요. 그런데 저도 빠지고 에어도 빠지고 매드슨은 좀 아프고 그래서 요즘
재미없다고 그 쪽 트레이너가 그러더라고요. (웃음)
-야구 선수로 운이 아주 좋은 선수라는 말을 듣는다. 하고 싶은 것은 거의 다 이루는 것 같다. 3년 전에는 NLCS에 가고
작년에는 월드시리즈, 그리고 이제 양키스 유니폼도 입었다. 야구 선수라면 양키스 유니폼을 입는 것이 꿈 아닌가.
▶그런데
저는 그런 생각은 솔직히 안 해봤어요. ‘양키스 가면 우승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은 많이 해봤죠. 또 옛날에는 ‘양키스 가면 돈 많이 벌겠다’
그런 생각은 했었죠. (웃음) 양키스 가면 영광스럽고 뭐 그런 것은 없었는데 요즘에 여기 오니까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제게는 다저스에 더 깊은 사랑이 있고 애정을 가지고 있죠. 양키스는 워낙 좋은 팀이니까요. 여기 와서 잘 하고 살아남고 팀도 잘 되고 해야 빛이
나는 거죠 뭐.
-어쨌든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으로 꼽힌다.
▶그건 있어요. 잘 하는, 잘 했던 선수들이 많이
모여 있기 때문에 잘하는 기억들이 많죠. 그건 아무래도 유리하다고 봐야죠. 재능이 많아도 이겨보지 못한 팀은 잘 하다가도 확 무너지는 그런 것이
있어요.
예전에 PGA 커미셔너가 한국에 왔을 때 함께 할 기회가 있어서 타이거 우즈에 대해 물어봤어요. 왜 그렇게 잘하나, 뭐가 틀리나.
그랬더니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이고 모든 선수들이 톱에 오르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한다. 타이거 우즈는 거기에 플러스 어려서부터 계속
이겨봤기 때문에 이길 줄 아는 선수다’라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겨 본 기억이 있으면 그것을 계속 트레이닝하면 되요. 열 번 지더라고 한
번 이긴 것을 바탕으로 계속 훈련하는 것과, 열 번을 이겨도 한 번 진 것에 집착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어요. 그게 스포츠에서 멘탈 게임이라는
거죠.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을 하느냐, 아니면 다른 자기가 컨트롤 할 수 없는, 통제할 수 없는 엄한 것에 집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예를 든다면.
▶이겼을 때 팬들이 좋아하고 또 졌을 때 팬들이 실망하고, 주위의 부담 그런
것들로부터 이기고 지는 것을 평가를 받느냐. 아니면 그저 자기가 한 것에 대해서 평가를 받느냐는 다르죠.
내가 지금 무슨 공을 던져서
타자가 못 치고 잘 치는가를 아느냐가 중요하죠. 예를 들어 실투를 했는데 타자가 못 쳤다면 좋아할 것이 아니라 자기가 실투한 것을 알면 다음에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아는 거죠. ‘이거였구나!; 하는 것을 느끼는 거죠. 잘 던진 공으로도 느끼지만 실투로도 느낄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예전에 제가 많이 던졌던 라이징 패스트볼, 그게 다 실투에요.
-설마 다 실투는 아니겠지. (웃음)
▶아니 대부분 실투예요, 나는 스트라이크로 던졌는데 공이 뜨니까
애들이 헛스윙을 한 거죠. 그런데 그 때 당시에는 내가 그냥 만족을 했을 뿐이지 왜 타자들이 못 쳤는지 알았으면 시행착오가 없었겠죠.
-그 당시 큰 무기였는데.
▶그게 일부러 그렇게 던진 것이 아니었다니까요. 실투로 그렇게 던진 거에요.
(웃음) 내가 일부러 그렇게 던졌더라면 벌써 싸이영이고 뭐고 다 차지했겠죠. 나중에 스피드가 떨어졌을 때도 그것만 자꾸 던지려고 노력 안 했다는
거죠, 지금은 경험이 많이 생겼으니까 야구에 대한 열정과 함께 더 공부를 하게 되더라고요.
-아직도?
▶아, 공부야 죽을 때까지 하는 것이니까. 사람이 죽기 전에도 못 깨닫고 죽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야구에게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결국 야구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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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대한 열정이 나이 먹으면서 더 강해지는 느낌도
준다.
▶열정은 필연인 것 같아요. 야구가 나에게 필연이듯이, 야구를 알아 나가는 것이죠. 부부 사이도 그렇지 않은가요.
사람도 항상 변하잖아요. 변화한다는 진리만 가지고 있으면 이해할 수 있는데 변화한다는 생각은 안 하고 있는 것만 보려고 하면 싸우잖아요.
-그것이 야구와 어떤 연관인지.
▶필연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면 사랑하게 되죠, 어차피 내가 하는
거니까 질리지가 않는 거죠. 그리고 과거처럼 배신을 당하지 않는 거죠.
-야구에
배신을?
▶네, 야구한테. 왜? 나는 야구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절제를 하고 내가 하는 모든 것을 야구에만 투자했는데
결국은 야구가 나에게 큰 상처를 주더라고요. 그런데 이제는 변화한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 것처럼 야구가 그냥 야구가 아니라 내 인생이라는 겁니다.
인생이 이렇게도 또 저렇게도 된다는 것을 알면 야구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어떻게 되든 그것도 내 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자꾸 공부하게 되고
연구하게 되는 거죠.
-내리낙이든 오르막이든 정열이 안 변한다는 말인가?
▶내리막일 때도
야구를 하고 배우는 거고 오르막일 때도 야구를 배우는 거니까요. 어떤 때는 굉장히 재미있어요. 이런 거구나 하고 배우게 되니까.
-결국 야구가 배신한 것은 아니네. (웃음)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죠. 야구에 모든 것을 바쳤는데
야구로 인해서 배신을 당했다는 느낌, 그러나 야구는 항상 그대로 있었어요. (웃음) 결국은 만들어야 된다는 목적보다는 가야된다는 목적이죠. 어느
순간인가 내가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을 접었어요. 이젠 항상 나아간다고 생각하죠. 삶과 죽음이 있으면 사는 게 올라간다는 것이라면 죽는 것이
내려간다는 것 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니 슬프더라고요. 올라간다는 것은 외로운 거예요. 올라간다는 것은 너무 지겹고 무거워요. 나아간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익을 준다고 생각해요. 그냥 단어 하나 차이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더 성숙해지고 싶어요.
-참 어려움도 많이 겪었는데 포기하지 않았던 원동력이 있었나.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죠. 재작년에
다저스에 가면서 느낀 것이 많아요. 텍사스 시절에도 고생을 참 많이 했지만, (다저스 가기 전에)마이너리그의 치욕도 겪었는데 뭐가 더 어려울
것이 있겠냐 하는 생각을 했죠. 당당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죠. 잘못된 것이 있으면 감독에게 찾아가 이야기도 하고. 그랬더니 당당해지는 것도 습관이
되더라고요. 그 전에는 무조건 참고 어떻게든 견디려고만 했었죠. 마이너에서의 그런 것들이 없었더라면 필리스 가서도 성공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일본 가서 훈련할 때 (이)승엽이랑 (이)범호랑도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당당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한다면 성적과 상관없이
당당해져야 하는 거죠.
-3년 전 마이너 시절에는 성적도 안 좋고 사실상 끝났다는 시선도 분명히 있었다.
▶정말 힘들고
고생했죠. 육체적으로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는 말도 못했죠. 그때는 그게 굉장히 억울하고 많이 악해졌었습니다. 그런데 끝나고 다시 도전하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당당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이너에 가서 잘해야지 기회가 생기는데 거기 있는 자체를 억울해했던
거예요. 그러니까 결국 마이너에서도 헤어나지 못했죠. 그렇게 끝날 수도 있었죠.
-정말 그만둘 생각도 했었다고 했는데.
▶마지막에 희망이 생겼어요. 두 경기 연속 7이닝 던지고
1점밖에 안주고 아주 좋았어요. 사실 야구 생활을 접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정말 혼신의 힘으로 던졌던 것 같아요. 그런데 끝나고 나니 어깨를
들지도 못하게 아파서 고생도 했습니다. 수술을 받아야 하나 싶을 정도였는데 결국은 근육통으로 밝혀졌어요. 정말 한국 가서 마지막 선수 생활도
못하나 싶었어요. (웃음) 마이너에서 참 많이 느꼈어요. 메이저 애들이 못하기나 기다리고 하니 됐겠어요? (웃음)
-벌써 미국 야구에서 17년째다. 올해 만약 양키스에서 우승을 한다면 원하는 것을 다 이루는
것인가.
▶우승하고 싶은 마음을 이루는 것이겠죠. 그랬다고 해서 제가 야구를 제대로 배웠다고는 장담 못해요. 이제 와서
보니까 작년에 제가 아주 야구를 많이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작년 시즌 끝나고 보니까 또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다저스에서
한참 잘 했었다고 했을 때도 얼마나 운이 좋은 야구를 했었냐는 거죠.
-그런 생각이 드나, 당시 워낙 공이 좋았다.
▶그걸 알고 했겠느냐고요. 알고 했으면 그런 시행착오도
없었겠죠. 야구를 알아야 되는데 맨날 오늘 행운이 있기를 바라기나 하고. 그거 기도할 시간에 10분만 어느 타자 어디다 던지고 생각하는 게 그날
이기는데 큰 도움이 되죠. 물론 기도하고 마음도 중요하지만 하느님이 제게 능력은 주셨지만 그 능력을 쓰는 능력까지는 안 주셨거든요.
-그건 자신의 몫일테니까.
▶그렇죠. 지금 내가 여기서 어떻게 하느냐를 잘 고민해야죠. 그래서 결국은
양키스를 결정하고 한 것도 많은 것을 생각했지만 결국 내 마음에 있었고, 오퍼는 마음에 덜 들었지만 당당하게 결정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박찬호는 양키스의 우완 셋업맨으로 활약을 기대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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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오래 동안 야구 할 것 같네.
▶벽에 X 칠할
때까지요? (웃음)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해야죠. 이제 2년 뒷면 마흔인가요. 늘 아껴주시는 팬들이 있고 그 분들에게서 힘을 얻고 또 아직은
경쟁력 있게 던질 수 있으니까요. 한국의 팬들 앞에서도 던지고 싶고요.
-요즘도 명상하나.
▶항상 하죠. 무심을 바라보는 습관, 나를 잃는 습관이 필요한 것 같은데 쉽지는
않죠.
-요즘도 불교 서적이나 철학 서적을 많이 읽는지.
▶닥치는 대로 읽죠. 좋은 책들을 팬이 많이
보내주시기도 하고, 또 그 분들의 편지의 좋은 글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합니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법정 스님 책도 텍사스 있을 때 참 많이
읽었습니다.
-주변에서 도인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말도 듣지 않나?
▶저는 공인이니까 말을 하기를 바라잖아요. 제
입으로 공인이라는 것이 좀 그렇지만요. 언론도 그렇고 제가 표현을 하게 하니까 그럴 뿐이지 사실 훨씬 더 알고 지혜로운 사람들이 너무 많죠.
그저 공인이 아니라서 주변의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달될 뿐이죠. 그래서 더 노력하고 공부하고 그래야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가
영적으로 인간적으로 더 성숙해져야 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체육과 도덕 과목이 없어졌데요. 체육이 없어지는 것은 정말 큰 일이예요. 체육이
어린이들에게 엄청난 교육이 되는데요. 미국이 순수하고 건강한 것이 어려서부터 여자고 남자고 야구 시키고 축구 시키고 팀워크도 배우고 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도덕은 안 가르치지만 준법정신도 스포츠를 하면서 깨우치고요. 저는 미국이 오히려 불교적인 것을 많이 느껴요.
-종교는 있나.
▶특별히 종교는 없어요. 좋은 말씀은 다 좋아합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많을텐데. 한국에 가서 뛰는 것도 그렇고.
▶사랑을 주신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또 선수로서 후배 선수들과 교감하고 싶은 것도 있어요. 그리고 선수로 뛰면서 한국 야구에 대해서 배우고 싶어요. 제대로 배워야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 야구의 행정 같은 것도 많이 배우고 싶어요.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배울 것도 많고 그렇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일이라면 우리 야구의 발전을 위해서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미국에 와 있는 어린 한국 선수들이 많다. 그들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글쎄요 열심히 하라는 말밖에
더 있겠어요. 직접 만나는 기회가 되면 좋겠지만 제가 걸어온 길이 그 선수들의 길은 또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먼저 한 선수들이 큰 정보는
되겠죠. 어떻게 하느냐는 결국 그들이 스스로 배워야 합니다. 문화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죠. 언어도 있고 여기서 운동하는 것이 편해야 합니다.
메이저 가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가서 오랫동안 잘 하는 것이 목표가 돼야죠. 우리가 가진 핸디캡이나 콤플렉스도 분명히 있을 텐데 그런 것을 빨리
떨쳐 버려야죠. 같은 이야기지만 당당하라고 하고 싶어요. 그리고 끝없이 노력하라고요.
그리고도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국 야구 이야기도 하고 메이저 이야기도 하고, 또 사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리그를 바꿔
새롭게 AL 타자들을 공부하고 있지만 ‘적으면 한 타자, 많아야 2이닝 정도가 임무라 적응은 훨씬 수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마흔을
내다보는 노장이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오히려 더욱 뜨거워진 것 같습니다. 이 친구의 도전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플로리다
주 탬파에서 민훈기 기자>